칭찬이 없으면 왜 사내정치가 커지는가?

회사에서 신상필벌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잘한 사람은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은 벌을 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말만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조직 안으로 들어가면 이 말은 생각보다 어렵다.

무엇을 잘한 일로 볼 것인가. 누가 그것을 판단할 것인가. 그 판단은 어떤 기준으로 설명될 것인가.

이 질문이 정리되지 않으면 신상필벌은 쉽게 감정의 언어가 된다.

어떤 사람은 혼난다. 어떤 사람은 그냥 넘어간다. 어떤 사람은 눈에 잘 띄어서 인정받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중요한 일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일의 기준보다 사람의 표정을 더 읽기 시작한다.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보다 누구에게 보여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때 조직정치가 자란다. 흔히 말하는 사내정치가 이 지점에서 커진다.

칭찬은 친절이 아니라 정보다

칭찬은 단순히 좋은 말을 해 주는 일이 아니다.

조직에서 칭찬은 정보다. 어떤 행동이 조직에 중요했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고객 문제를 끝까지 붙잡은 일이 중요한지, 부서 사이의 충돌을 줄인 일이 중요한지, 숫자를 맞춘 일이 중요한지, 실패한 실험에서도 배운 것을 남긴 일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좋은 칭찬은 막연하지 않다.

“수고했어”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좋았는지, 왜 그것이 중요했는지, 다음에도 반복되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가 함께 드러난다. 이때 칭찬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이 아니라 조직의 기준을 보이게 만드는 말이 된다.

반대로 잘한 일을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조직은 조용히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그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을 해낸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옆에서 보는 사람도 그렇게 배운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조용히 어려운 일을 맡기보다 눈에 잘 띄는 일을 고르게 된다. 실제 성과보다 표시 나는 행동이 커진다.

칭찬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가 차갑다는 뜻이 아니다.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말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

인정이 없으면 기준이 사라진다

사람은 공정성을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도 보지만, 그 결과가 어떤 절차로 나왔는지도 본다. 설명을 들었는지도 본다. 자신이 존중받았는지도 본다. 조직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준 것은 공정성이 단순한 보상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승진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왜 그 사람이 승진했는가. 그 기준을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가. 그 기준이 다음 행동을 바꾸는가.

설명이 없으면 사람들은 빈칸을 스스로 채운다.

“저 사람은 윗사람에게 잘 보였으니까.”

“저 팀은 원래 밀어 주니까.”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

이런 말은 냉소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조직이 기준을 설명하지 못할 때 생기는 해석의 방식이다. 기준이 공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비공식 신호를 따라간다.

그 비공식 신호가 반복될 때 조직정치가 커진다.

신상필벌은 벌의 기술이 아니다

신상필벌을 강하게 하자는 말은 종종 처벌을 강화하자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처벌이 강하다고 조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준 없는 처벌은 두려움을 만들고, 설명 없는 처벌은 감정을 남긴다. 사람들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배우기보다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배운다. 그 결과 보고는 줄고 방어는 늘어난다. 회의에서는 조용해지고, 뒤에서는 말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신상필벌의 핵심은 벌이 아니다.

핵심은 기준이다.

무엇이 좋은 행동인가. 무엇이 위험한 행동인가. 실수와 무책임은 어떻게 다른가. 실패한 시도와 방치된 실패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 책임은 어떤 자료와 절차로 설명할 것인가.

이 질문이 없으면 상도 벌도 조직을 움직이지 못한다.

보상과 처벌은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목표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한 조직에서 일할 때, 보상과 감시는 정보 차이와 이해관계 차이를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대리인이론(agency theory)은 이 문제를 오래 다뤄 왔다. 다만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 이름 자체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받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좋은 일인지 확인할 수 없으면 보상은 정치가 된다. 무엇이 나쁜 일인지 설명할 수 없으면 처벌은 감정이 된다.

조직정치는 기준의 공백에서 자란다

조직정치는 사람이 나빠서만 생기지 않는다.

물론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더 자주 보이는 장면은 따로 있다. 기준이 흐리고, 설명이 약하고, 인정이 사라진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흐름을 읽는다.

무엇을 해야 인정받는지 모르니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지를 본다.

어떤 결과가 중요한지 모르니 어떤 말이 통하는지를 본다.

판단 기준이 보이지 않으니 판단권자와의 거리를 본다.

이때 조직은 일의 언어에서 관계의 언어로 이동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잘 읽는 사람이 강해진다. 조직이 이렇게 변하면 유능한 사람은 피곤해진다. 조용히 일하는 사람은 밀려나고, 설명보다 인상이 앞서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조직정치 지각(perceptions of organizational politics)은 이런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결정과 보상이 공적 기준보다 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인다고 느낄 때, 일보다 관계와 권력의 신호에 더 민감해진다.

문제는 이 감각이 한 번 퍼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공식 기준을 믿기보다 비공식 해석을 더 빨리 믿는다. 그 순간 조직은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들리는 곳이 된다.

회사에 필요한 것은 칭찬 캠페인이 아니다

그러면 회사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할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준 없는 칭찬도 위험하다. 누구에게나 좋은 말을 해 주는 조직은 따뜻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말이 구체적 행동과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공허해진다. 사람들은 금방 안다. 이것이 진짜 인정인지, 분위기 관리인지.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과 동기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점도 여기에 있다. 보상이나 칭찬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통제처럼 작동하면 오히려 내적 동기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인정은 사람을 조종하는 장치가 아니라, 어떤 행동이 의미 있었는지 알려주는 정보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칭찬 캠페인이 아니라 인정의 구조다.

첫째, 무엇을 인정할지 정해야 한다.

매출만 볼 것인가. 고객 신뢰도 볼 것인가. 부서 간 조정도 볼 것인가. 실패를 줄인 일도 볼 것인가. 새로운 시도를 남긴 일도 볼 것인가.

둘째, 인정의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

누가 봐도 완벽하게 객관적인 기준은 어렵다. 그러나 설명 가능한 기준은 만들 수 있다. 기준이 설명되면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이해가 있어야 다음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인정과 수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

잘한 것은 말해 주고, 부족한 것은 고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정만 있고 수정이 없으면 느슨해진다. 수정만 있고 인정이 없으면 지친다. 조직은 두 가지를 함께 가져야 한다.

판단 구조가 조직을 움직인다

결국 이 문제는 사람을 칭찬할 것인가 벌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무엇을 가치 있게 보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 판단을 회의, 지표, 피드백, 책임 구조 안에 남길 수 있는가의 문제다.

좋은 의사결정 구조는 대표나 리더의 머릿속 기준을 조직이 함께 볼 수 있게 만든다. 좋은 성과관리 구조는 점수를 매기는 장부가 아니라, 중요한 행동을 반복시키는 회로가 된다. 좋은 인정 구조는 사람을 달래는 말이 아니라, 조직이 배워야 할 행동을 드러내는 언어가 된다.

그래서 신상필벌을 다시 말하면 이렇다.

사람을 벌주는 제도가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판단하는지 보이게 만드는 구조다.

칭찬이 없는 회사에서 사내정치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정이 사라지면 기준이 흐려지고, 기준이 흐려지면 사람들은 일을 보기보다 권력의 신호를 본다.

회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인정하고 있는가.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은 좋은 일들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순간, 신상필벌은 처벌의 언어가 아니라 조직을 다시 정렬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과 주석

  1. Jason A. Colquitt, Donald E. Conlon, Michael J. Wesson, Christopher O. L. H. Porter, and K. Yee Ng, “Justice at the Millennium: A Meta-Analytic Review of 25 Years of Organizational Justice Research,”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6, no. 3 (2001): 425-445. DOI: 10.1037/0021-9010.86.3.425. 이 글에서는 조직공정성을 결과 배분만이 아니라 절차, 설명, 대우의 문제로 이해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2. Edward L. Deci, Richard Koestner, and Richard M. Ryan, “A Meta-Analytic Review of Experiments Examining the Effects of Extrinsic Rewards on Intrinsic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25, no. 6 (1999): 627-668. DOI: 10.1037/0033-2909.125.6.627. 이 글에서는 인정과 보상이 통제의 언어가 아니라 정보와 의미의 언어로 작동해야 한다는 논지를 보강하는 데 사용했다.

  3. Kathleen M. Eisenhardt, “Agency Theory: An Assessment and Review,”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4, no. 1 (1989): 57-74. DOI: 10.5465/amr.1989.4279003. 이 글에서는 보상과 감시를 단순 처벌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목표 차이를 줄이는 조직 장치로 이해하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4. Gerald R. Ferris and K. Michele Kacmar, “Perceptions of Organizational Politics,” Journal of Management 18, no. 1 (1992): 93-116. DOI: 10.1177/014920639201800107. 이 글에서는 기준과 설명이 약할 때 구성원이 조직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지를 보강하는 데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