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왜 회의에서 멈추는가?

전략 회의를 하면 말은 그럴듯하게 정리된다.

올해는 고객을 넓혀야 한다.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신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말로 들으면 모두 맞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전략은 회의록에 남아 있는데, 사람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회의에서는 방향을 정했지만, 다음 주 업무표에는 예전 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가 무엇을 바꿀지, 언제까지 할지, 무엇을 보고 다시 판단할지가 흐릿하다.

전략은 있었다.

하지만 전략이 일로 번역되지 않았다.

전략은 선언문이 아니다

전략은 방향을 말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방향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조직은 추상적인 문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일정으로 움직이고, 책임으로 움직이고, 숫자로 움직이고, 회의에서 다시 물어보는 질문으로 움직인다.

“수익성을 높이자”는 말은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직은 이 문장을 바로 실행할 수 없다. 어떤 제품의 수익성을 볼 것인지, 어떤 고객군을 조정할 것인지, 어떤 비용을 먼저 볼 것인지, 가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판단할 것인지가 필요하다.

이 번역이 없으면 전략은 좋은 말로 남는다.

성과관리는 평가가 아니라 번역이다

성과관리는 흔히 평가로 이해된다.

누가 잘했는지, 누가 못했는지, 목표를 달성했는지 보는 일로 생각한다. 물론 평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성과관리를 평가로만 보면 중요한 부분이 빠진다.

성과관리는 전략을 행동으로 번역하는 일이다.

어떤 전략을 어떤 지표로 볼 것인가.

그 지표를 어떤 회의에서 볼 것인가.

그 회의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이 어떤 실행 과제로 이어질 것인가.

다음 회의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 흐름이 있어야 성과관리는 평가표가 아니라 실행 회로가 된다.

여기서 성과관리는 전략을 행동으로 바꾸는 번역의 첫 단계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다시 물을지 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질문이 실제 책임과 피드백으로 이어지려면 더 넓은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지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좋은 지표가 있다고 해서 조직이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든다. 매출이 늘었는가. 이익은 왜 줄었는가. 고객은 왜 다시 주문하지 않는가. 재고는 왜 쌓였는가. 특정 부서의 병목은 왜 반복되는가.

중요한 것은 지표 자체가 아니라, 그 지표가 회의에서 어떤 질문을 만들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가다.

전략을 여러 관점의 지표로 나누어 보는 틀이 있다.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다. 이를 제안한 Kaplan과 Norton(Robert S. Kaplan and David P. Norton)은 성과측정 체계가 관리자와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1] 이 글에서 중요한 것은 BSC를 네 칸짜리 지표표로 외우는 일이 아니다. 지표가 전략과 행동 사이에서 어떤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다시 실행으로 이어지는지 보는 일이다.

보고서에만 있는 지표는 조직을 바꾸기 어렵다. 회의에서 읽히고, 책임자의 판단으로 이어지고, 다음 행동으로 바뀌고, 다시 결과가 확인될 때 지표는 힘을 가진다.

회의는 전략이 일로 바뀌는 자리다

회의가 길다고 실행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은 회의는 전략을 일로 바꾼다. 무엇을 결정했는지, 무엇을 보류했는지, 누가 맡는지, 언제 다시 볼지, 어떤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지 남긴다.

회의가 끝났는데 할 일이 분명하지 않다면, 그 회의는 전략을 실행으로 번역하지 못한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회의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회의가 질문, 결정, 책임, 점검을 남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관리시스템은 전략의 마지막 언어다

관리시스템은 딱딱한 통제 장치처럼 들린다.

하지만 다르게 볼 수 있다. 관리시스템은 전략을 일상 행동으로 바꾸는 마지막 언어다.

사이먼스(Robert Simons)는 관리통제 시스템을 전략을 실행하고 갱신하는 장치로 보았다.[2] 이 관점에서 통제는 사람을 묶어두는 말만은 아니다. 무엇을 믿고, 어디까지 허용하며, 무엇을 숫자로 보고, 어떤 불확실성을 함께 논의할지를 정하는 장치다.

지표는 무엇을 볼지 정한다. 회의는 언제 다시 볼지 정한다. 책임자는 누가 움직일지 정한다. 피드백은 다음 행동을 어떻게 고칠지 정한다.

이 네 가지가 연결될 때 전략은 사람의 업무로 내려온다.

반대로 지표만 있고 회의가 없으면 숫자는 보고서가 된다. 회의만 있고 책임자가 없으면 말은 반복된다. 책임자는 있지만 피드백이 없으면 실행은 한 번 하고 끝난다. 피드백은 있지만 기준이 없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모른다.

전략 실행의 실패는 의지가 약해서만 생기지 않는다.

전략을 번역하는 관리 언어가 부족해서 생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전략을 처음부터 지표와 회의로 고정할 수는 없다.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전략이 계획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 속에서 만들어지고 발견되기도 한다고 보았다.[4] 이 점에서 관리시스템은 전략을 얼어붙게 만드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이먼스의 표현을 빌리면, 조직에는 숫자로 점검하는 장치뿐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믿고 어떤 가능성을 계속 논의할지 열어두는 장치도 필요하다.[2] 따라서 좋은 관리시스템은 전략을 닫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면서 다시 배우게 하는 장치여야 한다.

전략 실행은 한 번의 결심이 아니다

Kaplan과 Norton은 이후 전략과 운영을 연결하는 통합 관리시스템을 제안했다.[3] 전략 수립, 운영 계획, 실행 점검, 전략 수정이 각각 따로 돌아가면 전략은 문서로 남기 쉽다.

이 말은 전략을 더 복잡하게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좋은 전략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회로로 내려와야 한다.

무엇을 볼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언제 다시 볼 것인가.

결과가 다르면 무엇을 고칠 것인가.

이 네 질문이 없으면 전략은 말이 된다. 이 네 질문이 있으면 전략은 일이 된다.

전략은 반복될 때 조직의 능력이 된다

한 번 좋은 전략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능하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전략을 반복되는 행동으로 만드는 일이다. 매주 확인하고, 매월 고치고, 분기마다 다시 판단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전략이 반복되면 조직은 배운다.

무엇이 되는지, 무엇이 안 되는지, 어디서 비용이 생기는지, 어떤 고객이 중요한지,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알게 된다. 이 학습이 쌓이면 전략은 문서가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된다.

전략이 회의에서 멈춘다면, 전략이 부족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전략을 일상 행동으로 번역하는 관리시스템이 약한 것일 수 있다.

회사가 물어야 할 질문

전략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다음을 먼저 물어야 한다.

이 전략은 어떤 지표로 확인되는가.

그 지표는 어떤 회의에서 다시 읽히는가.

그 회의에서 누가 결정을 내리는가.

결정된 일은 누구의 일정과 책임으로 남는가.

다음 회의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떻게 확인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전략은 계속 회의에서 멈춘다.

전략은 좋은 문장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지표, 회의, 책임, 피드백으로 번역될 때 조직의 일이 된다.

참고문헌과 주석

  1. Robert S. Kaplan and David P. Norton, “The Balanced Scorecard: Measures That Drive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Review 70, no. 1 (1992): 71-79. 이 글에서는 성과측정 체계가 조직의 행동을 바꾸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2. Robert Simons, Levers of Control: How Managers Use Innovative Control Systems to Drive Strategic Renewal (Bost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5). 이 글에서는 관리통제 시스템을 전략 실행과 갱신을 위한 조직 장치로 이해하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3. Robert S. Kaplan and David P. Norton, The Execution Premium: Linking Strategy to Operations for Competitive Advantage (Boston: Harvard Business Press, 2008). 이 글에서는 전략과 운영이 분리될 때 실행이 약해지고, 이를 통합 관리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4. Henry Mintzberg, The Rise and Fall of Strategic Planning (New York: Free Press, 1994). 이 글에서는 전략이 반드시 계획 문서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과 학습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반론을 보강하는 데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