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왜 실패한 전략을 더 오래 붙잡는가?
“이번 달까지만 더 봅시다.”
실패한 전략은 이런 말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크게 나빠진 날에도 결정은 극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고서는 얇아지고, 질문은 조심스러워지고, 회의록에는 “추가 검토”라는 표현이 남는다.
처음에는 기대가 있었다. 새 시장을 열 수 있을 것 같았고, 새 제품이 기존 거래처를 넓혀 줄 것 같았고, 새 방식이 조직을 바꿔 줄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신호가 쌓인다. 문의는 있는데 계약은 드물고, 반응은 있는데 반복 구매는 적고, 담당자는 계속 바쁘지만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은 약해진다.
성과 신호가 약해질수록 회사는 두 갈래 앞에 선다. 배운 것이 있으니 방향을 고칠 것인가. 이미 시작한 일이니 조금 더 끌고 갈 것인가. 실제로는 세 번째 선택이 자주 나온다. 크게 밀지도 않고, 끊지도 않는 상태다. 담당자를 바꾸고, 메시지를 손보고, 다음 분기까지 보자는 말로 시간을 산다.
그렇게 남은 전략은 끝나지 않는다.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시간, 회의, 예산을 조금씩 붙잡는다.
새 일을 시작하는 능력만으로 혁신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안 되는 일을 다시 판단하고, 자원을 다음 기회로 돌리는 능력도 필요하다.
실패는 숫자 뒤에서 다시 해석된다
성과가 약하다는 사실은 회사 안에서 곧바로 “중단”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숫자에는 설명이 붙는다. 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설명, 영업 메시지가 약했다는 설명, 담당자가 부족했다는 설명, 가격을 더 만져봐야 한다는 설명이 차례로 나온다.
물론 그런 설명이 모두 변명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일은 처음부터 깔끔한 결과를 주지 않는다. 새 시장, 새 제품, 새 방식에는 시행착오가 포함된다. 너무 빨리 접으면 배울 기회도 사라진다.
다만 해석이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실행해도 고객이 왜 망설이는지 새롭게 보이지 않고, 가격이나 채널이나 제품 가정도 수정되지 않으며, 다음 판단 기준도 정해지지 않는다면 그 지속은 실험보다 보관에 가깝다.
계속할 이유는 “아직 아깝다”가 아니라 “다음 실행이 새 정보를 만든다”에 있어야 한다. 새 정보가 없다면 회사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결정을 다른 말로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가 판단이 되려면
“조금 더 해보자”는 말에는 두 얼굴이 있다. 한쪽은 학습의 시간이고, 다른 한쪽은 결정을 늦추는 시간이다. 둘을 가르는 것은 기간이 아니라 조건이다.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더 하는가. 어떤 신호가 나오면 계속할 것인가. 어떤 신호가 나오면 줄일 것인가. 어떤 신호가 나오면 멈출 것인가. 이 질문들이 붙어 있을 때 “조금 더”는 판단이 된다. 질문이 없을 때 그 말은 시간을 미루는 표현에 가까워진다.
Staw는 부정적 결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기존 선택을 되돌리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음을 escalation of commitment, 즉 몰입의 escalation 문제로 보여주었다. 특히 자신이 그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느낄수록 기존 선택을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다.
회사 안의 실패한 전략도 비슷하다. 전략에는 숫자 밖의 흔적이 붙는다. 누가 말했다. 누가 추진했다. 누가 보고했다. 누가 예산을 썼다. 누가 고객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전략이 실패하면 아이디어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 체면, 책임도 함께 흔들린다.
따라서 오래 살아남은 전략을 볼 때는 성과 가능성만 물으면 부족하다. 그 전략을 멈추는 순간, 누가 어떤 판단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매몰비용은 장부 밖에도 남는다
이미 쓴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앞으로 들어갈 비용만 보고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과거 비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회계장부에 남는 비용보다 더 끈질긴 것은 조직 안의 흔적이다. 대표가 공개적으로 말한 방향, 담당자가 몇 달 동안 만든 자료, 고객에게 준 설명, 내부에서 만들어 둔 보고서, 이미 붙은 이름과 일정이 모두 판단을 무겁게 만든다.
성과가 약하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그만하자”는 말은 어렵다. 방향이 틀렸다는 말은 누군가의 판단을 부정하는 말처럼 들린다. 담당자를 바꾸자는 말은 책임 추궁처럼 들리고, 예산을 줄이자는 말은 포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회사는 실패를 처리하기보다 표현을 바꾸기도 한다. 조정 중이다. 재검토 중이다. 시장 반응을 더 보는 중이다. 내부 정비 중이다. 아직 때가 아니다.
이 표현들에도 때로는 근거가 있다. 다만 그 말들이 다음 판단 기준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실패한 전략은 이름만 바꿔 계속 남는다.
철회는 자원을 다음 기회로 돌리는 일이다
철회라는 말은 차갑게 들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철회는 손을 놓는 장면과 다르다. 지금까지의 신호를 읽고, 더 밀어붙일 일과 줄일 일과 멈출 일을 다시 나누는 판단에 가깝다.
전략을 자원배분의 반복 과정으로 보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Noda와 Bower는 전략 형성을 한 번의 선언보다 반복되는 자원배분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가 어떤 기회에 계속 자원을 붙이는지, 언제 자신감을 잃고 줄이는지, 어떤 경로로 몰입이 커지거나 작아지는지가 전략을 만든다.
이 관점에서 전략적 갱신은 새 계획을 더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낡은 몰입을 줄이고, 애매한 과제를 보류하고, 더 나은 기회로 자원을 옮기는 일까지 포함한다.
멈추지 못하는 조직은 새로 시작할 여유도 잃는다. 사람의 시간은 이미 진행 중인 과제에 묶이고, 회의의 주의는 오래된 설명에 붙잡히고, 예산은 가능성 낮은 일에 조금씩 새어 나간다. 그러면 새 기회를 봐도 실제로 붙일 자원이 없다.
새 전략이 부족해서만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낡은 전략이 끝나지 않아서 새로운 전략이 들어갈 자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버티기 전에 적어야 할 네 문장
언제 버티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단순한 답은 없다. 빠른 포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오래 버티는 것이 항상 나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판단의 조건이다.
버틸지 멈출지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기록의 문제에 가깝다. 최소한 다음 네 문장은 있어야 한다.
| 판단 문장 | 확인할 것 |
|---|---|
| 계속하면 새로 알게 될 것은 무엇인가 | 다음 실행이 학습인지 반복인지 |
| 무엇이 나오면 방향을 바꿀 것인가 | 수정 조건 |
| 무엇이 나오면 멈출 것인가 | 종료 조건 |
| 멈추면 어떤 자원이 돌아오는가 | 시간, 예산, 회의 안건, 경영진의 주의 |
이 네 문장이 없으면 모든 부정적 신호는 “아직 더 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흡수된다. 반대로 이 문장들이 있으면 실패 신호는 책임 추궁이 아니라 과제의 재판단 자료가 된다.
실패 신호가 담당자에게만 묶이면 방어가 생긴다. 담당자는 자기 일을 지켜야 하고, 대표는 자기 판단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실패 신호는 개인의 성과평가와 분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는 사람을 탓하기 전에 가정과 자원배분을 다시 볼 수 있다.
실패한 전략이 흐리는 것
돈보다 먼저 흐려지는 것은 판단 감각이다.
안 되는 일이 계속 남아 있으면 사람들은 신호를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과가 약한 과제도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을 배우면, 새 과제의 기준도 느슨해진다. 그러면 회사 안에는 많은 일이 있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는 흐려진다.
이때 실패한 전략은 과거의 실수를 넘어 현재의 주의를 점유하는 구조가 된다.
새 전략을 잘 세우는 회사보다 더 드문 회사는, 실패한 전략을 잘 끝내는 회사일 수 있다. 끝낸다는 말을 사람 탓으로 좁혀 이해할 필요는 없다. 어떤 가정이 틀렸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더 하지 않을지, 회수한 자원을 어디로 옮길지를 정리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실패가 흔적이 아니라 학습이 된다.
끈기가 학습이 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회사가 끈기를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려운 일을 버텼기 때문에 성장한 경험도 있고, 조금만 더 했더니 성과가 난 기억도 있다.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말은 그래서 조직 안에서 힘을 얻는다.
그 말은 절반만 맞다. 끈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끈기가 학습이 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확인하려고 버티는지, 어떤 신호가 나오면 방향을 바꿀지, 어떤 자원을 회수할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기준 없는 끈기는 조직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실패한 전략을 오래 살릴 수 있다.
전략적 갱신은 새 계획을 쓰는 일에서만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붙잡고 있는 일을 다시 보는 데서도 시작한다. 더 밀어붙일 일, 줄일 일, 멈출 일을 나누는 능력이 있어야 회사는 다음 기회를 볼 수 있다.
회사가 실패한 전략을 오래 붙잡는 이유는 실패를 몰라서가 아닐 수 있다.
실패를 읽고도, 그 실패를 다음 판단으로 바꾸는 언어와 절차가 아직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참고문헌과 주석
- Barry M. Staw, “Knee-Deep in the Big Muddy: A Study of Escalating Commitment to a Chosen Course of Actio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Performance 16, no. 1 (1976): 27-44. DOI: 10.1016/0030-5073(76)90005-2. 이 글에서는 부정적 결과 이후에도 기존 선택에 추가 자원을 투입하는 몰입 고착의 고전 연구로 사용했다.
- Barry M. Staw and Jerry Ross, “Knowing When to Pull the Plug,”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 1987. 이 글에서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계속할지 중단할지의 경영 판단 문제를 설명하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 Freek Vermeulen and Niro Sivanathan, “Stop Doubling Down on Your Failing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December 2017. 이 글에서는 실패한 전략에 계속 매달리는 escalation of commitment 논의를 보조하는 자료로 사용했다.
- Tomo Noda and Joseph L. Bower, “Strategy Making as Iterated Processes of Resource Alloca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7, no. S1 (1996): 159-192. DOI: 10.1002/smj.4250171011. 이 글에서는 전략을 선언이 아니라 반복되는 자원배분 과정으로 보는 관점의 근거로 사용했다.
- Rita Gunther McGrath, “Transient Advantage,” Harvard Business Review, June 2013. 이 글에서는 일시적 우위와 반복적 갱신이라는 큰 흐름을 이해하는 보조 렌즈로만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