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왜 시장보다 관리자의 시간에서 먼저 멈추는가?
회사가 빠르게 커질 때 가장 먼저 꽉 차는 것은 사무실이 아니라 대표와 관리자의 하루일 수 있다.
새 직원은 일을 시작할 때마다 기존 관리자에게 물었다. 영업이 새 고객을 데려오면 전에는 없던 조건이 따라왔다. 한 부서에서 끝나던 판단은 생산과 재무를 거쳐 다시 대표에게 올라왔다.
매출은 커지고 있었다. 회사가 결정을 내리는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다.
이런 상황은 흔히 위임의 문제로 설명된다. 대표가 일을 놓지 못해서, 중간관리자가 부족해서, 시스템이 없어서 생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새 사람과 새 고객은 들어온 순간부터 회사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기존 조직의 설명과 판단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새 사람은 처음부터 관리 능력이 아니다
사람을 한 명 채용하면 회사의 일할 시간이 곧바로 한 사람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반대 방향의 시간이 먼저 든다. 누군가는 업무의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어떤 고객 요구를 받아들이고 거절할지 알려 줘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와 상의하고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도 함께 익혀야 한다.
새 직원은 이 과정을 거친 뒤에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을 처리한다. 더 지나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에디스 펜로즈(Edith Penrose)는 기업의 성장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경영서비스를 제시했다.[1] 여기서 서비스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뜻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해내는 역할을 말한다. 사람과 자원을 결합하고, 새로운 일을 기존 조직에 연결하며, 경험을 다음 판단에 사용하는 능력이다.
자금은 한 번에 조달할 수 있고 사람도 짧은 기간에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일하며 쌓인 판단 기준은 한꺼번에 살 수 없다.
성장의 양보다 성장의 모양이 부담을 만든다
모든 성장이 같은 양의 관리 시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제품을 같은 고객군에 더 많이 파는 성장과, 새로운 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동시에 내놓는 성장은 다르다. 매출 증가액이 같아도 두 번째 성장에는 더 많은 설명과 조정이 필요하다.
토마스 후첸로이터(Thomas Hutzschenreuter)와 율리안 호르스트코테(Julian Horstkotte)는 독일 기업 91개의 5,848개 확장 단계를 분석했다.[2] 최고경영진이 함께 일하며 축적한 경험은 이후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반면 제품 범위가 넓어지고 진출 지역의 문화적 거리가 커질수록 경영진이 감당해야 할 복잡성도 커졌다.
최근 고성장 기업 연구도 시장 확장과 내부 조직 확장을 맞추는 일을 중요한 문제로 본다.[3] 고객을 빠르게 늘리면 다양한 시장에서 배울 수 있다. 동시에 직원의 업무 범위와 조직이 처리해야 할 차이도 커진다.
성장 부담은 일의 개수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기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차이가 얼마나 함께 들어왔는지가 중요하다.
관리자의 시간이 아니라 관리 부하를 보아야 한다
관리자의 일정이 찬 이유도 제각각이다.
직접 처리할 일이 많을 수도 있다. 반복되는 승인을 모두 관리자가 쥐고 있을 수도 있다. 부서끼리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계속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 직원이 판단 기준을 알지 못해 작은 일마다 확인을 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 네 가지를 묶어 관리 부하라고 부르려 한다.
관리 부하가 커지는 속도보다 조직의 관리 능력이 더 빨리 자라면 회사는 성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새 고객과 인력이 만드는 관리 부하가 더 빠르게 늘면, 시장에서 얻은 기회가 조직 안에서 대기열로 바뀐다.
이를 성장 흡수력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성장 흡수력은 많이 파는 능력이 아니다. 새로 생긴 일과 복잡성을 조직이 받아들여, 특정 관리자에게 계속 묻지 않아도 돌아가는 일로 바꾸는 능력이다.
관리자를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성장 흡수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관리 능력을 늘리는 것이다. 경험 있는 관리자를 보강하고, 관리자들이 함께 판단한 경험을 축적한다.
둘째는 관리 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반복되는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하고, 결정권을 실제 일이 일어나는 곳에 둔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올라가지 않고 동료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2026년 Management 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디지털 도구도 두 방식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4] 어떤 도구는 관리자가 더 많은 사람을 감독하게 한다. 다른 도구는 구성원이 스스로 일하고 서로 조정하게 해 관리자에게 묻는 일을 줄인다. 둘 다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조직의 자율성에는 다른 결과를 남긴다.
셋째는 확장의 범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제품, 고객군, 지역을 한꺼번에 넓히지 않고 조직이 새로운 차이를 소화하는 속도에 맞춘다. 이것은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성장을 감당할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성장 계획에 빠진 칸
성장 계획에는 보통 매출 목표, 채용 인원, 설비 투자액이 적힌다. 하지만 늘어난 일을 누가 설명하고, 조정하고, 판단할지는 뒤늦게 정한다.
여기에 새로 생길 판단이라는 칸을 하나 더 두면 성장의 다른 면이 보인다. 신규 고객군이 들어올 때 가격 예외, 납기 변경, 품질 승인 가운데 무엇이 늘어나는지 적는다. 이어서 그 판단을 누가 처음 맡고, 어떤 경우에만 위로 올릴지 정한다.
그래서 사람을 많이 뽑은 해에 기존 관리자가 가장 바빠질 수 있다. 고객을 많이 확보한 시기에 의사결정 대기시간이 가장 길어질 수도 있다. 시장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보다 앞서 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성장 정체가 관리 문제는 아니다. 수요가 부족하거나 자금이 막힌 회사에는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이 관점이 유용한 때는 주문과 인원은 늘었는데 설명, 조정, 승인 대기까지 함께 늘어나는 경우다.
성장을 준비한다는 것은 사람을 몇 명 더 뽑을지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 사람이 언제부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지, 새 고객이 만든 차이를 어느 수준에서 처리할지, 어떤 결정이 더 이상 대표에게 올라오지 않아야 하는지를 함께 정하는 일이다.
사람을 뽑는 것은 인원을 늘리는 일이다. 그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사람과 맞물려 일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을 늘리는 일이다.
시장은 먼저 커질 수 있다. 회사는 늘어난 일을 조직의 능력으로 바꾼 만큼만 오래 성장한다.
참고문헌과 주석
- Penrose, E. T. (1959/1995). The Theory of the Growth of the Firm (3rd ed.).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0198289774.001.0001
- Hutzschenreuter, T., & Horstkotte, J. (2013). Managerial services and complexity in a firm’s expansion process: An empirical study of the impact on the growth of the firm. European Management Journal, 31(2), 137-151. https://doi.org/10.1016/j.emj.2012.02.003
- Bhatia, A. (2025). Speed and (or) Specialization Dilemma: Synchronizing Product Market and Organizational Expansion. Academy of Management Proceedings, 2025(1). https://doi.org/10.5465/AMPROC.2025.168bp (초록 기준)
- Gulati, P., Marchetti, A., & Puranam, P. (2026). Collaborative Work Management Technologies and Managerial Intensity in U.S. Corporations: An Examination. Management Science, Articles in Advance. https://doi.org/10.1287/mnsc.2023.0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