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시가 부서를 건널 때 왜 다른 일이 되는가
예를 들어 회사가 수익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하자.
지시는 한 문장이지만 부서의 계획서에 들어가면 서로 다른 계산식이 된다. 영업은 이익이 많이 남는 고객을 늘리려 한다. 생산은 품목 전환을 줄여 가동 효율을 높이려 한다. 구매는 매입단가를 낮추려고 한 번에 더 많이 주문한다. 개발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한다.
누구도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 모두 수익성을 높이려 했다.
그런데 결과를 합치면 재고가 늘고, 제품 종류가 많아지고, 새 고객의 진입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각 부서의 행동은 자기 업무 안에서 타당하지만 회사가 처음 기대한 수익성 개선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같은 지시가 부서를 건너면 왜 다른 일이 되는가.
지시는 부서에 도착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바뀐다
경영진의 지시는 대개 어느 정도 넓다. 수익성을 높이자, 납기를 줄이자, 고객 대응을 강화하자 같은 말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자체로는 오늘 할 일이 되지 않는다.
부서는 이 말을 자기 업무로 바꿔야 한다. 영업은 고객과 가격의 언어로, 생산은 가동률과 순서의 언어로, 구매는 단가와 조달 기간의 언어로, 개발은 사양과 일정의 언어로 해석한다.
이 과정은 피할 수 없다. 같은 문장을 그대로 반복한다고 설비가 움직이거나 발주서가 생기지는 않는다. 전략은 현장의 언어로 바뀌어야 실행될 수 있다.
문제는 번역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니다. 번역이 거듭되는 동안 무엇이 남고 무엇이 빠졌는지를 아무도 보지 않는 데 있다.
번역하는 사람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전략실행 연구에서 중간관리자는 오래전부터 위의 말을 아래로 전달하는 사람 이상으로 다뤄져 왔다.
린다 룰로는 중간관리자가 일상적인 대화와 업무를 통해 전략적 변화를 해석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미시적 활동을 살폈다.[1] 이들은 방향을 현장에 맞게 번역하고, 고객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를 덧붙이며, 변화를 정당화한다.
이 관점에서 부서별로 달라진 지시는 단순한 전달 오류가 아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뜻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다.
최근 카스페르 엘름홀트와 동료들의 연구도 경영 아이디어가 처음 제안한 곳에서 도입하는 조직으로 그대로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거치며 함께 바뀐다고 설명한다.[2] 연구대상은 기업 내부의 지시가 아니라 여러 조직을 이동한 경영 아이디어였지만, 한 문장이 여러 사람의 해석을 거치며 새 맥락에 맞게 달라진다는 점은 이 글의 질문을 넓혀 준다.
전달자는 원문을 운반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음 사람이 행동할 수 있도록 의미를 다시 만드는 사람이다.
모두 맞는 해석이 회사 전체에서는 어긋날 수 있다
부서의 번역에는 그 부서가 가진 목표와 정보가 들어간다.
생산팀이 가동률을 높이려는 것은 낭비를 줄이려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구매팀이 수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는 것도 구매성과만 보면 맞다. 개발팀이 높은 가격을 받을 제품에 집중하는 것도 수익성이라는 방향과 맞아 보인다.
문제는 각 부서가 틀렸다는 데 있지 않다. 회사 수준의 목적이 부서 수준의 측정 가능한 목표로 바뀌면서 목적의 일부만 남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는 세 종류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첫째, 지시가 생긴 이유 가운데 자기 부서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부분만 남는다. 수익성 개선이 매출총이익, 가동률, 매입단가처럼 각자의 일로 좁아진다.
둘째, 회사가 기대한 상태가 부서가 측정하기 쉬운 숫자로 바뀐다. 장기적인 현금창출이나 고객구성이 아니라 이번 달 단가와 가동률이 성공조건이 된다.
셋째, 무엇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지가 빠진다. 재고를 늘리지 않는다거나 고객 선택권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는다는 경계는 최초 지시에 있었더라도 다음 문서에서는 사라질 수 있다.
말을 어렵게 붙이지 않아도 변화는 분명하다. 목적이 좁아지고,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며, 지켜야 할 선이 빠지는 것이다.
지시를 받은 쪽이 다시 설명하면 달라질까
현실에서 사장이 부서별 행동까지 자세히 지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게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장에는 고객의 반응, 설비 상태, 공급자의 사정처럼 사장이 모두 알기 어려운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넓은 지시를 구체적인 일로 바꾸는 책임은 결국 지시를 받은 부서에 있다. 문제는 그 해석이 담당자의 머릿속이나 부서 계획서 안에만 남는다는 데 있다. 사장은 같은 지시가 내려갔다고 생각하고, 각 부서는 자신이 그 지시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게 이해했다는 사실은 일이 충돌한 뒤에야 드러난다.
전략실행에 관한 160편의 연구를 검토한 홀름과 동료들은 중간관리자가 전략을 해석하고 전달하며 여러 과제를 조정하는 연결 역할을 한다고 정리한다.[3] 이 연구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는 것보다 받은 사람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마이클 모리슨은 사회기술시스템과 루틴의 관점에서 구조, 절차, 규칙, 디지털 도구가 전략 의도를 그대로 운반하지 않고 현장의 판단과 적응을 매개한다고 설명한다.[4] 이 논문은 의료조직을 다룬 개념 연구이므로 일반화에는 주의해야 하지만, 같은 지시라도 어떤 양식과 시스템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다만 이 연구들은 지시받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해석을 되돌려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미 육군이 사용하는 back brief라는 방식이 하나의 단서를 준다.[5]
상급자가 명령을 내린 뒤 같은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하급자가 자신이 그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려는지 계획을 세워 상급자에게 설명한다. 미 육군 안내서는 이 과정을 통해 상급자의 의도를 계획 초기에 다시 확인하고, 실행 구상에 생긴 문제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 방식을 회사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의 임무와 기업의 지시는 다르다. 기업에서는 목표 자체가 협의 중일 수 있고, 한 부서가 가진 새로운 정보가 최초 지시를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되돌려 설명하는 절차가 자칫 상사의 의도를 맞히는 보고로 굳어지면 현장의 판단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발상은 남는다. 지시한 사람이 말을 더 자세히 하는 대신, 지시받은 사람이 자신이 하려는 일을 되돌려 설명하게 하면 서로 다른 번역을 조금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에서 시험한다면 긴 양식보다 짧은 대화에서 시작할 수 있다. 왜 이 일을 한다고 이해했는지, 자기 부서는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이 달라지면 성공인지, 무엇은 희생하지 않으려는지를 설명해 보는 것이다. 이 네 질문은 연구가 검증한 표준 절차가 아니라, 서로 다른 해석을 밖으로 꺼내기 위한 방법 후보다.
이미 일이 시작됐다면 문서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하나의 지시에서 나온 문서를 시간순으로 놓아 볼 수 있다.
최초 지시 다음에 부서 계획이 만들어지고, 과업 요청과 일정이 생기며, 예산과 지표가 붙고, 마지막에 완료보고가 작성된다. 이 문서들은 보통 서로 다른 폴더와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한 줄로 연결하면 지시가 어디서 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
| 문서에서 비교할 내용 | 확인할 변화 |
|---|---|
| 시작 이유 |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가 다음 문서에도 남아 있는가 |
| 실행 과업 | 다음 부서는 지시를 어떤 행동으로 바꾸었는가 |
| 성공조건 | 무엇이 달라져야 끝났다고 보는가 |
| 금지선 | 무엇을 희생하면 안 된다는 경계가 빠지지 않았는가 |
이 역시 아직 검토가 필요한 방법이다. 문서에 적힌 말과 실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자료를 모으는 비용도 든다. 다만 이미 끝난 일을 되짚을 때는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를 다투기보다, 의미가 바뀐 흔적을 따라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영업과 생산이 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왜 시작했는지, 회사가 무엇을 달성하려는지, 무엇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지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해답보다 질문이 남는다
어떤 지시까지 되돌려 설명하게 해야 할까. 누가 부서별 해석의 차이를 비교해야 할까. 새로운 정보에 맞춘 좋은 변화와 원래 목적을 잃은 변화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확인이 실제로 어긋남을 줄이는지, 보고만 늘리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전략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것만큼, 모두가 자기 방식으로 잘 이해해서 어긋날 수도 있다.
미 육군의 back brief는 지시받은 사람이 자신의 계획을 되돌려 설명한다는 단서를 준다. 문서를 시간순으로 놓는 방법은 이미 지나간 번역의 흔적을 찾는 또 다른 단서를 준다. 어느 방법이 기업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은 새로운 양식을 도입하자는 결론보다 한 가지 질문에서 멈추려 한다.
각 부서가 만든 서로 다른 번역을 일이 어긋나기 전에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는 일이 같은 지시가 다른 일이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다음 단계일 수 있다.
참고문헌과 주석
[1] Rouleau, L. (2005). Micro-Practices of Strategic Sensemaking and Sensegiving: How Middle Managers Interpret and Sell Change Every Day.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42(7), 1413-1441. https://doi.org/10.1111/j.1467-6486.2005.00549.x
[2] Elmholdt, K. T., Nielsen, J. A., Wæraas, A., & Meyer, R. (2025). It Takes a Village: Translating Management Ideas through an Ecology of Roles.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62(7), 2938-2968. https://doi.org/10.1111/joms.13155
[3] Holm, C. G., Kringelum, L., & Anand, A. (2026). Creating Effective Strategy Implementation: A Systematic Review of Managerial and Organizational Levers. Review of Managerial Science, 20, 673-705. https://doi.org/10.1007/s11846-025-00880-3
[4] Morrison, M. (2026). Sociotechnical Systems and Middle Manager Practices: Improving Policy and Strategy Implementation. Healthcare Management Forum,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177/08404704261430252
[5] Center for Army Lessons Learned. Military Decisionmaking Process, Chapter 11, “Back Brief,” pp. 84-85. https://www.swd.usace.army.mil/Portals/42/docs/business/contracting/PWS%20Attachment%201%20Military%20Decisionmaking%20Process%20Handbook%20%28For%20Public%20Release%29%20%28002%29.pdf